2024년 11월 20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월곡캠퍼스. 운동장에 앉은 학생 1900여명이 총학생회 관계자를 숨 죽인 채 지켜봤다. 학생회 관계자가 "아무도 손을 안드셔서 0명으로 기재하겠다"고 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말하자 학생들이 '2024 민주동덕 학생총회'라고 적힌 종이를 일제히 위로 들어 올렸다. 스태프들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종이 수를 셌다. 기권하는 사람들도 종이를 들고 의사 표현을 했다.
집계를 마친 학생회 측은 "총 인원 1973명 중 찬성 0명, 반대 1971명, 기권 2명으로 동덕여대 공학 전환은 부결됐다"고 말했다.
동덕여대의 남녀 공학 전환을 둘러싼 점거 농성이 1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공학 전환 및 총장 직선제 전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학생 총회가 열렸다. 1900여명이 참여했는데 공학 전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검은색 패딩에 모자와 마스크, 목도리를 두른 학생들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삼삼오오 학교 내로 들어갔다. 30여분이 지나자 운동장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가로로 25명, 세로로 7명씩 총 11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날 학교 건물 벽면에는 졸업자들 역시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졸업증명서'가 붙어있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공학 반대가 모두의 의견이 아니라고 한다며 공학 전환을 안건으로 올렸다. 또 학생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기 때문이라며 총장 직선제도 안건으로 내놨다.
이날 총학생회는 첫 번째 안건과 같은 방식으로 총장 직선제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총 인원 1933명 중 찬성 1932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총장직선제 전환은 가결됐다"고 말했다.
최현아 동덕여대 학생회장은 "몸은 추웠을지언정 마음만은 따뜻했다"며 "민주동덕을 만들어가는 역사 중 하나를 우리 함께 모여 이뤄냈다. 내일 처장단과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지난 11일부터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는 재학생들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본관 앞에는 수백개 학생 과잠이 비닐봉지에 덮인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창립자 조동식 선생 동상은 페인트와 계란 범벅으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수업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일부 학과에서는 대면 수업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쏟아졌고 회화과, 성악과 등에 한해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 중이다.
동덕여대는 전날 점거 시위를 벌인 학생들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동덕여대는 '동덕 구성원 피해 사례 신고 접수' 안내글을 올리고 학생들의 점거 농성 피해 사례도 수집한다고 했다. 학교 측은 이번 농성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최대 54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동덕여대 교수 236명 역시 이날 △학생들 간 수업 거부 강요 중단 △학교 시설 점거 및 훼손 행위 중단 △학내 갈등의 사회적 문제 비화 행위 중단 등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교수진은 "지금 일부 학생들의 불법 행위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19일 오전 9시 34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콘덴서를 제조하는 전자제품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불로 근무 중이던 근로자 6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철골로 된 연면적 8700여㎡의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 건물의 3층에서 발생했다. 불은 콘덴서 제조 기계 30대 중 3대에서 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3층 생산동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9시 4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32대와 소방관 등 인력 95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고 3시간여 만에 불을껐다 대응 1단계는 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오후 12시35분 큰 불길을 잡은 소방은 13분 뒤인 오후 12시 48분 비상 발령을 해제했다.
직원들은 평소와 같이 출근해 작업하던 중 갑자기 발생한 화재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초 발화 지점인 건물 3층에서 작업하던 김모(30대)씨는 “빨리 대피하란 말을 듣고 황급히 건물 밖을 빠져나왔다”며 “작업하던 곳과 반대편에서 불이나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복도에 타는 냄새와 연기가 가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이 난 공장 옆 건물에서 작업하던 직원 A씨는 대피하라는 비상벨 소리를 듣고 급히 뛰쳐나왔다. A씨는 “따로 폭발음은 못들었는데, 갑자기 비상벨이 울려 당황했다”고 말했다. 공장 앞 카센터 직원 B씨도 “갑자기 검은 연기와 함께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며 “몇 분 뒤 공장 직원들이 우르르 빠져나왔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원시는 안전 안내문자로 “영통구 원천동 공장에서 화재 및 검은 연기 발생. 차량은 해당 지역 도로를 우회하고, 인근 시민은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안내했다.